中夜聞琴(중야문금) --卞鍾運--
中夜萬籟寂[중야만뢰적]
깊은 밤중에 모든 소리가 고요한데
何人弄淸琴[하인롱청금]
어떤 이가 청아하게 거문고 울리나?
摵摵庭前葉[색색정전엽]
잎 떨어지는 소리 뜰앞에 들리고
西風吹古林[서풍취고림]
하늬 바람 옛 숲에서 부는구나.
幽人聽未半[유인청미반]
속세를 떠난 사람 반도 듣지 아니하고
愀然坐整襟[초연좌정금]
근심스레 앉아 옷깃을 가지런히 하네.
寒虫秋自語[한충추자어]
쓸쓸한 벌레들 근심스레 절로 우는데
豈盡不平音[기진불평음]
어찌 모두 편안한 소리가 아닐까 ?
皎皎天上月[교교천상월]
휘영청 밝은 천상의 달은
照人不照心[조인부조심]
사람은 비추고 마음은 비추지 않네.
※中夜:깊은 밤 한밤 중 ※籟:세구멍 퉁소.소리.울림
※何人:어떤 사람 ※弄:희롱하다.가지고 놀다.곡조 악곡
※淸琴:맑은 거문고 소리 ※摵:털어내다 .빼앗다.잎이 지는 소리
※西風:하늬바람.서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 ※吹:불다.
※幽人: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 ※愀(초.추):근심하다.발끈하다.쓸쓸하다.
※襟:옷깃.앞섶.가슴.마음 생각 ※寒䖝:쓸쓸한 벌레
※豈盡:어찌하여 다하다 ※皎皎:휘영청 밝음
■ 卞鍾運(1790~1866)
本貫 밀양(密陽). 字는 붕칠(朋七)이요 號 소재(嘯齋)다. 中人 家門에 태어나 純祖 때 譯科에 及第하였고, 詩文에 능하였다. 그의 詩는 특히 唐나라와 宋나라 詩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그 바탕을 이루고, 자기 감상에 빠지지 않고 事物을 관조하는 수법의 佛敎的 人生觀이 內在해 있으며, 잔기술을 부리려고 하지 않은 높은 品格을 지니고 있었다.
譯官 출신이지만 자기 신분에 대한 개탄은 별반 作品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實學이 소멸되어 가던 순조연간에 살고 있었던 탓인지 實學的인 性向을 띠고 있으나, 뚜렷한 著書는 남기지 못하였다.
그의 《독서수필(讀書隨筆)》 중 《독남화경(讀南華經)》에서 '孔子의 道는 중천의 해와 같이 빛나고 밝아서 만방을 두루 비춘다'고 하여 유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李載元은 《소재집》의 序文에서 '그의 글은 육경(六經)에 근거하고 이승(理勝)에 바탕을 두고 있어, 세상에 많이 전해진다. 시를 지으면 미사여구에 힘쓰지 않고 그 音韻·격조는 고상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상해진다'고 했다. 代表作으로는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된 《양자진(揚子津)》이 있다. 詩文集으로 1950년 손자 춘식(春植)이 편집·간행한 《소재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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