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길 따라 떠난 여행(2017.10.5)
풍성한 가을 누렇게 변해가는 황금 들녘과 알알이 영그는 과일이 탐스럽게 익어 간다.
하늘색은 더욱 푸르게 변해가고 바라만 보아도 배부르게 느껴지고 살이 찌는 것 같은 이 가을에 소리 없이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 본다.
한때는 강물을 따라 뱃길이 열려 있었건만 세월의 변화로 강 주변으로 자동차 길이 열리고 이젠 강과 나란히 자전거 길 마져 열려 있어 오늘은 자전거로 무르익어 가는 가을 향기 맛으며 오롯히 가을을 온 몸으로 느껴 본다.
이른 아침 여행의 출발점인 남지를 향해 집에서 사상터미널로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니 어느새 변해 버린 아침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너무나 상쾌 하기만 하다.
긴 추석 연휴라 남지행 버스에는 약 10여명의 사람만이 빠르게 스치는 차창을 바라 보고 있다.
구름 가득 머금은 하늘이 출발부터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쾌청한 가을하늘을 바라며 떠났건만 오늘은 파란하늘을 보긴 힘들것 같다.
남지에 도착하여 부산으로 출발을 위해 간단히 준비를 한 후 먼저 유채꽃으로 유명한 남지 생태공원으로 향하니 봄의 전령사 유채꽃이 있던 자리엔 새롭게 형형색색의 백일홍,해바라기,코스모스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모양과 색깔이 서로 다른 백일홍은 이름처럼 백일을 피우는지 지고 피고를 하고 있다.넓은 강변을 가득 채운 백일홍과 주변에 설치해 놓은 조경물이 서로 어우러져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자전거로 이곳 저곳을 둘러 본 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최종 목적지를 향해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남지교를 건너 강변로를 따라 가니 저만치 캠핑장의 울긋불긋한 텐트와 가족들의 노니는 평화로운 모습이 보인고벌서 들판은 황금 들녘으로 변해가고 배추랑 무우는 튼실히 자라고 있다.강둑에서 바라보는 창녕의 주산인 화왕산과 주변의 얕은 산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행을 원하는 것만 같다.
잠시 나동강의 마지막 보인 창녕 함안보에 들러 옥상의 전망대에 오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를 흘러 내린 하얀 포말의 강물이 다시 조용한 푸른물로 변해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주변 산새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그려 내고 있다.
아!여기에 높고 높은 파란하늘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긴 아쉬움이 남는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뒤로 하고 창녕 함안보를 가로 질러 밀양으로 향하니 끝없이 펼쳐진 강둑 아랫길에 마치 고속도로처럼 시원스레 달릴 수 있으며 주변에는 각종 야생화와 억새 및 갈대가 가을 향기를 내 뿜고 있다.
자전거 전용 구간이 끝나고 청학로에 다다르니 자동차 길과 자전거 길이 함께 지나는 아찔한 절벽 구간이다.
고갯마루에는 도로의 이름인"청학로"의 개통에 참여한 사람과 도로의 유래를 간단히 적어 놓은 기념비가 길옆에 우뚝 서 있다.
고갯마루에서 내리막을 시원스레 달려 다시 강변과 도로를 달리다 보니 강 옆의 넓은 들판을 가운데 두고 노리마을이 아담한 뒷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을 그려 낸다.
다시 창녕에서 창원으로 이어진 학포교를 지나 강둑을 달리다 보니 강건너 저만치 나의 안태 고향인 초동의 주산 덕대산이 위풍도 당당히 늠름하게 쏫아 있다.덕대산 준령 아랫마을은 나의 선조께서 약500여년 전에 이곳에 터전을 잡으시고 지금껏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나의 직계인 고조부 이하 아버지까지 永眠해 있는 선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창원 적포에서 대산방향으로 향하다 다시 수산교를 건너니 밀양시 하남읍 수산이다.
수산의 강언덕에는 약4,5십여년전 수산극장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극장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세워져 있다.다시 한번 빠르게 변해 가는 시대의 변화를 새삼 느끼게 한다.
여기서 본가가 있는 초동까지는 약4킬로 정도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기로 한다.수산에서 유명한 돼지국수 한그릇을 위해 찾은 식당은 얄밉게도 연휴로 휴업중임을 알리는 팻말만이 문에 덩거러니 걸려 있다.하는 수 없이 몇곳을 찾다가 문이 열린 식당으로 들어 서니 아줌마 두사람이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며 목청껏 입담을 주고 받는다.메뉴를 보니 소고기국으로 하는 메뉴가 주종이다.
나도 이곳에서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지만 소고기국수는 처음 들어본 메뉴인지라 주문을 청해 본다.그런데 돼지국수 보다 내 입맛에는 별로 인것 같다 아무턴 시장기를 모면하고 부산을 향해 출발하니 틀리기를 바랐던 일기예보가 오늘따라 척척 맞아 떨어 진다 오후부터 동풍이 분다고 했는데 세찬 맞바람이 천근같이 무거원진 다리를 더욱 무겁게 한다.
수산을 지나 대평리에서 오산으로 이어진 쭉 뻗은 강둑에는 초여름 노란 물결을 수놓은 금계국은 간데없고 푸른잎만이 이곳이 금계국 군락지임을 알리고 있다.그런데 앞에서 무언가 꿈털거리는 물체가 있어 보니 뱀 한마리가 유유자적하며 자전거 길을 가로 지르고 있어 석 내키진 않지만 잠시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한때 밀양 신공항지로 지정 되었던 하남의 넓은 들판은 가을 곡식이 무르익어 가고 있고 밀양강과 낙동강의 합수지점에서 약 1킬로의 강만 건너면 삼랑진인데 다시 밀양시내 방향으로 약5킬로 이상을 올라가 다리를 건너 다시 삼랑진 방향으로 내려 와야 한다.
아이고 이놈의 바람마져 도와 주질 않는 구나.부지런히 허벅지 근육을 움직여 삼랑진 고속도로 다리 아래서 커피 한잔으로 잠시 휴식 후 발길을 재촉하여 물금 황산공원에 이르니 가을 전령사 코스모스가 만개하여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한다.
연휴로 가족과 연인들이 손에 손잡고 삼삼오오 거닐며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다.이제 호포를 지나 금곡을 돌아서니 저만치 거대한 화명대교가 우뚝 서 있다.
잠시 강변에 설치된 밴취에 걸터 앉아 오늘 하루를 뒤돌아 본다.낙동강이 있어 더욱 좋고 지나는 길 곳곳에 수많은 사연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 4대강 종주길에서 저무는 가을을 느끼며 인생의 가을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