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붉고도 붉은 태양이 온 天地를 비춘것이 엊그제 이건만, 또다시 한해를 정리 할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빠르게 움직이는 역동의 시간속에서 새롬과 함께 온 山野의 구석구석을 헤짚고 다녔건만 아직도 미미할 뿐이네, 아날로그처럼 느리게 쉬어가며 살라했건만 현실은 디지털 시대에 나를 그냥 두질 않는구나. 느림의 美學을 깨닫고 싶었는데 이렇게 일년의 시간이 光陰如流처럼 지나가 버리니! 언제나 행복이 머무는 곳, 새롬과 함께 했던 순간순간들, 온 산야는 거야말로 거대한 용광로였다. 용광로는 스스로는 녹지 않으면서 온갖것을 녹여주는 한없이 큰 그릇이다. 낙엽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썩어 부러진 나뭇가지는 한마리 뱀으로 태어나고. 정상을 향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고행의 땀방울 자리에는 봄이면 수많은 야생화가 만발하리라. 때로는 가슴 아리는 추억의 한숨은 구름이 되고 한 서린 회한의 눈물은 비가 되어 온 산을 적시리라. 어느 봉우리 어느 계곡에 새롬인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쉬임없이 산을 찿는지도 모른다.
봄(春)
남도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와 더불어 온 산야를 울긋불긋 꽃밭으로 만든 진달래와 철쭉의 아름다움을 쫒아 남에서 북으로 발길을 옮겨가며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던 지난날의 봄날 올 봄엔 유난히 가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겨울의 추위를 잘 견디어 낸 진달래랑 철쭉은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흙 먼지가 풀풀 나는 산길에서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일깨우게 해준 야생화에서 인동초처럼 여러무리의 발길에 짖밟혀서도 새 생명을 잉태하는 이름 모를 야생화, 봄을 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새싹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아지랭이 아물 거리는 들길과 산길을 거닐며 시작한 기축년의 산행 4계절의 처음인 봄은 이렇게 우리에게 희망을 가득 품게 하였다. 초록으로 물던 산속길은 싱거러움이 물신 풍겨나고 발걸음도 가볍게 하는구나. 겨우내 언 땅에 숨죽이고 있던 산나물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지천에 널려 있는 봄내음을 전달하는 냉이랑 달래랑 취나믈의 향기는 잃었던 미각을 찿게 해주는게 바로 봄이다. 연한 초록의 색은 안정감을 줄뿐 아니라 꼭 어린 아이의 솜털 마냥 부더럽기 까지 하구나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꽃과 함께 시작했던 봄산행을 뒤로하고 계절은 벌서 성큼 여름으로 파고들었다.
여름(夏)
찌는덧한 폭염속에서도 새롬인의 기상은 꺽이질 않는구나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날이 더우면 더위와 맞서고 시원한 산줄기를 넘나드는 바람을 벗삼고 맑은 계곡을 찿아 발길을 옮기다 보니 더위라는 존재를 잊은지 오래구나 나자신과의 싸움이요 자연에 순응하는것이 참된 진리임을 깨우치게 하는것이 바로 산행의 묘미임을 알게 해준 계기가 아닐까?
비록 몸은 땀에 흠뻑 젖었지만 계곡의 시원하고 맑은 물에 뛰어들어 온갖 잠념과 지친 육신을 깨끗히 씻어버리고 나면 날아 갈것 같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고뇌의 땀방울은 뚝뚝 떨어지건만 나는 나의 목표가 있었고 기어이 정상에 가고픈 욕망으로 가득 찼기에 모든 고통을 참았으리라. 어쩌면 먼 훗날 오늘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추억의 탑을 쌓았는지도 모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올랐을때 살짝 언 막걸리 한잔은 나에게 하나의 생명수요 감로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 맛을 잊지 몾해서 오늘도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지도 모르겠구나. 아마 이것은 새롬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이 있었고, 좋은 벗이 있었고, 인생의 스승이 있었고, 참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날 산행후 계곡의 맑은 물에서 알탕을 하던일 내리쬐는 태양 아래 검게 거을린 모습들 이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는구나 어떤때는 무더운 여름 산행인데도 계곡에 물 한방울이 없어 씻지도 몾하고 차에 올랐던 일이며 여름 산행에 너무 긴코스로 지쳤던 일들 이 모든것이 지나온 지금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을 띄게 하는구나 그래도 좋은님들과의 산행이었기에 더욱 보람이 있었고 행복한 산행이었으리라. 그해 여름 나는 보았네 비록 더위에 지친 몸이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새롬 가족의 용기와 희망을...
가을(秋)
흔히들 일년을 5계절로 표현한다면 춘,하,추,동,다음에 단풍의 계절 즉 낙엽의 계절을 포함하려 할것이다 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은 남으로 남으로 이동하며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정말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아름다움을 보고파 밤잠도 마다하고 천리길을 달려 간것도 몇번이던가? 밤하늘을 수놓은 초롱초롱한 별빛을 벗삼아 무언의 시간속에서 옮긴 발걸음이며 산상에서 맞이한 장엄하고도 웅장했던 일출의 순간들 태양의 이글 거림에 빨려 들고픈 충동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일들, 어느날은 雲海의 바다에서 발아래를 내려보니 마치 다도해의 섬처럼 작은 산봉우리는 우리에게 큰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한적도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 카메라에 어찌 다 담을 수 있었겠는가. 비록 모두를 기록하진 몾했지만 내작은 가슴속과 머리속엔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으라라. 아름답고 행복했던 지난날들, 또 다시 좋은 벗들과 동행하리라 굳게 믿으며.... 5계절중 단풍의 계절은 비록 짧긴 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홀연히 낙엽이 되어 저 어둠속으롤 사라지는구나 하지만 떨어진 낙엽은 내년 봄이며 한마리의 나비가 되어 온 산을 누비리라
풍성했고 아름다운 색감을 주었고 모든이에게 아낌없이 주고 사라진 단풍이야 말로 하나의 또다른 계절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 그누가 말했던가 봄풀은 잠에서 깨어 난듯 한데 이미 계단앞 오동나뭇잎은 가을의 소리를 낸다고, 그만큼 세월의 빠름을 노래 했으리라. 풍성했던 가을은 벌서 서산으로 기우는 해처럼 멀어만 지고 온 몸을 움추리게 하는 겨울이 한발 다가오고 있다.
겨울(冬)
남의 한라산에서 북의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다녔던 일년여의 세월 북풍 한설과 눈보라속에서 추위와 싸우고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했던 지난 일들이 이제 하나의 영상 필림이 되어 돌아가는것 같구나. 정상을 향하는 길에 앞을 가로막는 찬바람은 콧등을 얼게하고 쌓인 눈길은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했건만 정상에 우뚝 서서 바라보는 새하얀 설국은 지금까지 힘들었던 여정을 모두 잊게 했었지! 언손을 호호 불며 손에 잡히지도 않는 젖가락으로 찬밥 한술로 점심을 먹던일 날씨가 너무 추워 버너에 불이 잘 붙지 않던 일 이젠 이 모두가 하나의 추억이구나.
대간의 모든 산들은 거대한 하나의 용광로와 같아서 추운 내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스스로 타오르진 몾했어도 주위를 밝게 그리고 포근하게 감사주었네. 시작은 원대하고 큰 희망을 안고 출발했던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몾다한 일들일랑 후회말고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것,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지나온 과거보다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새롬인이 되길 바랍니다. 새롬인의 앞날을 축복하듯 기축년의 마지막 산행이었던 팔공산 산행때는 남도에서 보기 힘들었던 힌눈이 펑펑 내려 우리의 마지막 산행을 즐겁게 해 주었지요.
지난 한 해 고생하신 최 일웅 회장님 이하 모든 집행부 및 여러 회원님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항상 산행후 외치는 새롬인의 힘찬 구호 우리가 남이가 브라보 새롬 이란 소리를 庚寅年 새해에도 온 산천에 울려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또다시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 이 시간 새롬인과 함께 했던 기축년의 한해, 정말 우직한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길 너무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새해엔 새롬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행복이 가득하길 빌며 함께 했던 시간 너무 너무 즐거웠습니다.
2009년 12월 기축년을 뒤돌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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