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스크랩] 신불산의 겨울 얘기

쉬어가는 여유 2011. 8. 4. 18:13

 

부산 경남의 산꾼이라면 영남 알프스의 고봉을 한두번씩 밟지 않은 자가 없을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산악회의 신묘년 정회원들의 상견례 및 창립 행사 준비에 관하여 모임이 있었다.

만덕 고개를 넘어가니 빗줄기가 갑자기 하얀 함박눈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음의 갈등을 느끼는 순간이다.

모임이 끝날 무렵 산행부 전부장님께 내일 신불산 산행이 어떻느냐고 물으니 흔쾌히 좋다고 하신다.

에라 낼 산에나 가자는 마음으로 저녁에 술을 조금 마시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생탁과 라면으로 베낭을 꾸리고 집을 나선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언양행 버스가 생각보다 한산하다.

버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런다.

영축산 정상으론 힌눈이 하얗게 온 산을 뒤덥고 있다.

 

 

산행 출발지는 가천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하여 포 사격장을 경유하여 일명 아리랑릿지 구간으로 오르기로 하고 출발하니

생각보다 포근한 날씨 탓인지 벌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기 시작한다.

간밤에 내린 눈이 따스한 햋살에 녹아 내려 물논에 들어 온듯 진흙이 신발에 붙어 움직이기가 여간 힘던게 아니다.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니 지금부턴 새하얀 눈이 우릴 반기는덧하다.

그런데 새하얀 눈위에 누군가의 발자국 하나가 살포시 우릴 반겨 주고 있다.

비록 몇번을 이 코스로 산행을 해 보았지만 눈이 길을 덥고 있는터라 길을 찿기가 만만치 않은곳을

고맙게도 부지런한 산꾼이 먼저 앞 길을 만들어 주었으니 오늘 산행은 정말 행운이로다.

한참을 오르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가져간 생탁 한잔을 목구멍으로 넘기니 시원함과 짜릿함이 함께 밀려 오는 이 쾌감의

순간, 이래서 오늘도 무거운 베낭속에 꼭 한병의 막걸리라도 가져 가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런데 지금부터는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음지쪽의 낮은곳엔 바람이 불어서인지 약30센티 이상의 눈이 쌓여 우리의 발길을 무디게 하고 있다.

이때 앞쪽에서 두 여인이 하산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 지산리에서 출발하여 영축산을 지나 이곳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눈 산행을 그것도 여자 둘이서 산행을 하다니...

두 사람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한지 약 1시간여의 시간이 더 지나 드디어 신불산의 능선인 단조산성 앞의 억세

군락지에 이른다.

탁 트인 시야에 저멀리 밀양의 천황봉과 재약산, 그리고 천성산과 영남 알프스의 고봉들이 하나둘씩 시야에 들어 오니

오를때의 힘들었던 순간은 순식간에 녹아 내리는 눈처럼 사라지고 만다. 

 

 

 

정상의 새찬 바람에 한쪽으로 솔린 눈이 허벅지 만큼 쌓여 있는곳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꼬르륵 꼬르륵 배꼽 시계가 신호를 보내는 걸 보니 점심 시간이 다 된 모양이다.

점심은 신불산장에서 먹기로 하고 발길을 제촉하려는데 설경의 비경이 자꾸만 나를 붙잡는것만 같다 .

카메라의 셔트를 이리 저리 눌리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신불산장에 도착하니 벌서 많은 산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난 찌게에  술 한잔씩을 하고 있다.

일급 요리사(라면요리자격증 있음ㅎㅎ)전부장님이 라면에 부산말로 오뎅 디기 넣고 끓이니 보글보글 넘쳐나는 국물에

 냄새부터 죽인다

 

 

 

 

거기에 찹찹한 쇠주 한잔 곁들이니 이곳이 지상낙원이요 천국이로다.

포만감을 뒤로하고 신불산 정상으로 향하니 배는 부르고 다리는 무겁게 느껴지고 아이고 너무 많이 먹었구나

후회 막겁이로다.

드디어 신불산 정상, 모두가 발아래로다. 일천미터의 고봉에서 바라보는 설국의 비경, 캬 정말 멋지구나!

 까마득히 가지산과 운문산, 천황산과 재약산 천미터에서 조금 모자라는 능동산과 향로봉등 영남알프스의 준령이

 새하얀 눈으로 인해 마치 지도의 등고선마냥 흙과 백으로 나눠어 보인다.

 

 

 

 

특히 간월재로 오르는 임도와 간월산으로 향하는 억세 군락지는 가을과 겨울의 중간의 계절에 와  있는 기분이다.

간월재에서 등억온천으로 향하는 임도길은 눈으로 인해 자연적인 눈썰매장으로 변해 있었다.

눈 산행의 보너스 ,바로 비료 포대로 타는 눈썰매의 쾌감을 알면서도 아쉽게도 비료 포대를 준비하지 않아 재미있게 놀고

있는 다른 일행을 구경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간월산장에 도착 하여 콜택시를 불러 놓고 화목 불로 훈기가 훈훈한 난로가에 앉아 생탁 한잔에

오뎅 하나로 오늘 긴 영남알프스의 산행을 마치려한다.

차량의 경적 소리에 밖을 보니 벌서 택시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산행을 마침에 감사하며 내마음속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 여행으로 오래도록 남을것이다.

 

출처 : 새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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