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 100選

지리산 천왕봉(2016.12.25)

쉬어가는 여유 2016. 12. 26. 10:55

●산행일시:2016년12월25일

●산행코스:중산리~칼바위~장터목갈림길~망바위~로타리대피소~법계사~개선문~천왕샘~천왕봉정상~고사목지대~

   장터목대피소~소지봉~참샘~하동바위~백무동대피소



丙申年이 한해가 저물어 간다.

언젠가부터 나와의 약속,일년에 한번씩은 지리산을 찾기로 했다.그런데 올해는 조금은 독특하다.

12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성탄절이다 토요일 늦은 시간 중산리 숙소에 도착하여 대충 짐을 정리하고 조촐한 저녁상에 친구들과 이런 저런 애기꽃을 피우며 한해를 정리하고 있다.창밖의 날씨는 도시와는 달리 캄캄하기만 하고 인기척 조차 없다.

하지만 별빛은 어두움속에서 더욱 초롱초롱 빛을 발하고 있다.맑은 날씨에 기온 마져 초봄을 연상하리 마치 따뜻하다.늦은 시간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잠을 청해 보지만 쉬이 잠은 오질 않는다.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이 들었건만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나고 만다.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고 산행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서니 기우는 초승달과 아직도 빛을 발하는 별들이 무언의 인사를 하는 것만 같다.산행 출발지 중산리 탐방센터에서 대장정의 지리산 등정을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약7시10분을 지나고 있다 여명(黎明)을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하니 추위보다 오히려 흐르는 땀방울을 걱정해야 될 것만 같다.7시23분경 통천문 즉 하늘로 통하는 문으로 접어 들어 칼바위 장터목대피소 갈림길에 이르렀다.시계를 보니 7시49분이다.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돌계단을 밟고 또 밟아도 마냥 그 자리인것만 같다.오늘의 일출이 7시30분 경이라 했는데 이곳 산중에는 붉은 여명만이 날이 밝아 옴을 말해주고 있다.이때 앞산 저만치서 붉은 태양이 불쑥 붉은 머리를 내밀고 있다.비록 정상에서 보다 늦게 보는 태양이지만 반가움이 앞선다.한발한발 내자신과 싸우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망바위이다.현재 시간이 8시28분을 가리키고 있다.물병을 꺼내어 물 한모금 들이키니 시원한 물줄기가 목구멍을 타고 더워진 속을 식혀 준다.망바위에서 바라본 천왕봉은 남쪽능선엔 하얀눈이 없지만 응달에는 하얀 모습이다.지지난밤 아랫쪽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정성부에는 제법 눈이 내린 모양이다.재충전후 다시 발길을 옮겨 로타리대피소로 향하는 길가엔 초겨울임에도 새파란 山竹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로타리산장에 도착하니 수련원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한무리의 산객들이 보인다.이곳에서 간단하게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법계사로 향한다.법계사는 해발1,450m에 있는 사찰로서 신라시대에 창건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적멸보궁이다.법당뒤의 3층석탑은 자연암반위에 기단이 있는 독특한 형식의 석탑으로 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이와 같은 양식의 탑이 아직도 경주 남산 부근에 많이 잔존하고 있다.법당에 들러 마음속에 담고 있던 소원을 빈후 또다시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기니 잠시의 휴식후인지 발걸음이 오히려 무뎌지는 것만 같다.힘들때 잠시 왔던 길을 뒤돌아 보니 구름 한점없는 맑은 하늘과 겹겹이 등고선처럼 펼쳐져 있는 산들이 너무 아름다워 힘든걸 잊게 한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르니 앞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서서 나를 반겨 준다.개선문이다.암벽과 바위 기둥사이로 작은 길이 있어 이곳을 통과하면 善하게 된다는 뜻인가?개선문을 지나 천왕샘에 다다르니 포근한 날씨탓에 눈이 녹아 고드름이 마치 처마에 메달린것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다.수정처럼 영롱한 고드름을 감상한후 발길을 돌리니 오늘의 마지막 고비인 바람재가 앞을 턱하니 가로 막고 있다.안내표지판을 보니 섬뜩하다 "이곳부터 200m구간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구간이니 조심하라는 펫말이 우뚝 서 있다.길은 험하고 힘들어도 나 스스로 가야 하는 길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계단을 오르니 오르는 사람 모두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한다.젊은 청춘 커플의 푸념썩인 한마디 더이상 못가겠다 하기에 이제100m도 남지 않았으니 잠시 쉬었다 오라 말하니 알겠다며 계단에 털썩 주저 앉고 만다.산행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세상 살아 가는 理致와 다를게 없다.힘던 순간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반드시 정상에 오르듯이 환희의 순간이 올 것이다.더드어 정상이다 시간은 벌서 11시28분을 가리키고 있다 능선에 올라 대원사계곡으로 향하는 중봉을 바라보니 그곳은 설국의 세상이다.태양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햇빛을 받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1915m 남한 최고봉 지리산 天王峯 이제 더 오를곳이 없다.모두가 내 발아래의 세상 뿐이다 미세먼지 하나 없고 겨울산행에서 느끼지 못한 포근한 날씨탓에 정상에서 마음껏 기쁨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올때마다 수많은 인파와 강한 바람과 추위로 잠시 머물다 떠났건만....오늘은 여유롭게 주위를 감상해 본다.저멀리 지리산 종주의 시발점 노고단도 한눈에 들어 오고 만복대에서 바래봉까지 조망되니 이 얼마나 행운 이겠는가.

정상의 자리에는 항상 머물 수 없는 법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가기 위해 조금의 아쉬움을 남겨두고 장터목대피소로 하산을 시작 한다.미련과 아쉬움에 자꾸만 고개가 뒤로 젖혀지지만 마음속에 아름다운 순간순간을 담고서 제석봉으로 향하니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주목의 가지마다 크다란 눈덩이가 마치 솜사탕을 얹고 있는 것처럼 하얗게 메달린 모습이 마치 달력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여러장의 사진을 남기고 제석봉 고사목지대에 도착하니 인간으로서 죄스러움이 밀려 온다.푸르고 아름답던 山野가 한 인간의 조그만 실수로 쟀더미가 되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날의 아픈 상처럼 말해주려는 덧이 가지없는 몸뚱이만 외로이 우뚝 서 있고 아니면 땅위에 비스듬이 누워 마치 시위라도 하는 것만 같다.

또 다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 이곳은 옛날 산청과 함양의 사람들이 서로 물물교환을 위해 만나 장이 형성되었던 곳으로 장터목이라 한다고 한다.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갖기 위해 빈몸으로도 오르기 힘던 길을 등짐을 지고 올랐던 그분들을 생각하니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앞선다.이곳에서 힘들게 짊어지고온 라면과 떡국 그리고 매생이를 넣고 끊여 산상레스토랑에서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은 만찬을 즐긴다.

식사후 백무동으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길의 연속이다.함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의 시간이 4시라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여 뒤돌아 보니 오늘 걸었던 길이 멀고도 험했음을 느낄 수 있다.

병신년의 마지막 산행길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넓은 지리산에서 올 한해를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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