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 100選

엄마의 품 지리산을 가다(2018.12.23)

쉬어가는 여유 2018. 12. 24. 11:26

■언제:2018년12월23일

■어디로:중산리~망바위~로타리산장~법계사~개선문~천왕샘~천왕봉~재석봉~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


戊戌年 동짓달도 깊어가고 일년중 밤이 가장 길다는"冬至"를 중산리에서 보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 산행 준비를 하니 창밖에는 바라던 하얀 눈대신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잦아 들기를 기다렸다 길을 나서니 내리던 비는 이내 이슬비로 바뀌고 다시 한번 장비를 점검하고 발길을 옮긴다.

여름 푸르름을 주고 가을 아름다운 단풍을 선사했던 나뭇가지는 어느듯 裸木이 되었고 가지끝에는 내린 빗방울이 영롱하게 메달려 빛나고 있다.

크진 물방울은 힘에 겨워 땅바닥으로 떨어지면 가지에 부딪혀 또닥또닥 소리를 낸다.

장터목 법계사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후 본격적인 오르막길로 접어드니 차가운 동짓달임에도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동쪽 하늘은 구름을 밀어 내고 파란색을 보였다 숨기기를 반복하고 북서쪽 하늘은 아직도 검은 구름을 품고 있다.

망바위에 이르니 발아래 유암계곡에는 손살같이 구름이 춤을 추며 흘려 가고 어느덧 눈앞의 천왕봉은 맑은 하늘과 함께 하얀 설산을 보여 준다.

로타리산장에 이르니 날씨는 해발 고도가 말해주듯 아래보다 훨신 차깁고 바람 또한 점점 거칠어져 간다.

남한에서 최고 높은곳에 있다는 적멸보궁"법게사"사리탑에서 잠시 합장기도로 무산산행을 바라고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겨 본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로 힌눈은 보이질 않고 간간히 응달에 쌓인 눈만이 발길에 와 닿는다.

개선문을 지나 천왕샘에서 잠시 긴숨을 몰아 쉬고 마지막 고비인 하늘로 치쏫은 철계단을 오른다.

거친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오고 푸념썩인 한숨소리 또한 크게 들려 온다.

벼랑끝에 날개짖 멈춘 커다란 가마귀는 무거운 베낭속의 맛난 음식을 나누 먹자는 덧 목놓아 까악까악 하며 울부짖고 있다.

더디어 오를래야 오를곳 없는 지리산 최고봉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섰건만 바람소리는 메섭게 귓전을 때리고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다.하지만 푸른 하늘을 품은 지리산의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은 정말 거대하고 운장한 지리산의 眞面目을 말하고 있다.

가슴 벅찬 순간이며 감동의 물결이 넘친다.

그래도 힘들게 이곳까지 왔으니 정상 인증샷 한장을 남기려 무리속에서 줄을 서서 순식간에 한장을 사진을 찍는다.

여기저기서 얼른 찍으라 아우성이다.

모진 바람에 손은 금방 얼것만 같은데 요증은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다 보니 두꺼운 장갑을 벗고 찍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약간이 시간이 지체 되기 때문이다.

장터목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잔설이 남아 있고 주목과 정상 주변의 잡목에는 그나무 雪花가 있어 겨울산의 妙味는 느끼지 못했지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재석봉으로 향하는 길에 몸을 휘청거리게 하는 칼바람은 그나마 앞길을 막는다.

재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지날때마다 느끼는 마음은 자연은 있는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 줘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옛날 산청과 함양의 보부상이 서로 만나 물물교환을 하며 장터가 생겼다는"장터목"에는 지금은 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다.장터목대피소에서 라면에 오뎅과 떡국을 넣고 끊여 예상보다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니 바깥의 부는 바람 따위는 걱정에서 사라진다.

하신길 유암폭포로 향하는길은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아직 얼지는 않아 아이젠을 하지 않고 조심히 내려 론다.

유암폭포는 동짖달 추위릉 잊고 얼음 대신 시원한 물줄기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 떠리고 있다.

겨울 눈산행을 꿈꾸며 떠난 지리산이었건만 예상과 달리 비록 눈산행은 아니었어도 엄마의 품처럼 포근한 지리산이 나에게 주는 교훈과 산은 항상 그자리에 있기에 다음에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조금은 아쉽지만 지금에 만족하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