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스크랩] 영남알프스의 하늘정원길을 걸으며...

쉬어가는 여유 2012. 9. 18. 14:05

 

일시:2012년9월16일

산행코스:석남터널~가지산삼거리~능선길~능동산~쇠점골샘터~임도~샘물상회~~얼음골갈림길

            ~동의굴~ 결빙지~가마골폭포~주차장

 

태풍 산바의 북상 소식으로 오늘 산행을 해야 될지 망설여지는 아침이다.새벽부터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그래도 산행을 취소할 수 없기에  간단히 밥 한술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선다.오늘은 베낭을 메고 길을 떠나는 사람에 눈에 들어 오질 않는걸 보니 모두 조용히 집에서 쉬는 모양이다.일기예보에 오늘은 많은 비와 바람이 불거라는 예보 때문인지 새벽부터 많은 회원님들이 산행을 취소하고 있다.

정규산행이라 적은 인원이라도 어쩔 수 없이 산행지인 밀양 얼음골로 출발하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 지고 있다.

 

 

석남고개로 오르니 운무가 앞을 가리고 차창밖의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아!이러면 산행하기가 힘들것만 같다.특히 오늘 산행지인 백운산은 산이름처럼 온  산의 바위가 마치 힌구름이 떠 가는것 같아 이름붙여진 산인지라 암릉구간이 너무 많은 곳이다.그래서 긴급히 산행지를 육산인 영남알프스의 한구간인 석남터널에서 능동산을 경유하여 오늘 하산하기로 한 얼음골로 변경하길 회원님들께 청하니 모두 흔쾌히 허락해 주신다.

석넘터널 입구에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산을 오르니 출발부터가 오르막길이다.호흡은 빨라졌지만 雨衣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마치 가을을 재촉하는 노래소리로 들려온다.흥얼흥얼 다 알지도 몾하는 가을 노래를 콧노래로 불러도 보고 능선에서서 손살같이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저 구름뒤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산들을 상상해보기도 한다.어느덧 가지산과 능동산의 갈림길 잠시 긴 한숨을 내쉬고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보이는것은 雲舞와 쏟아지는 빗방울, 그리고 이렇게 비를 맞으며 힘던 산행을 함에도 얼굴엔 미소로 넘쳐나는 새롬님들의 환한 얼굴이 눈에 확 들어온다.나도 모르게 입가에 묘한 웃음이 띈다.미쳤지! 정말 미쳤지라고 나도 모르게 되새기면서....지금부턴 능동산과 천황봉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전형적인 육산길이다.모든 산길을 얼마전부턴 나무 계단으로 잘 조성하여 울산 부산 대구 그리고 전국의 산님들이 즐겨 찾는 산이지만 우리 부산의 산님들은 이동거리가 가까운곳이라 산악회에서 움직이기는 좀 꺼리는 산행지였다.그래서 몇몇이 그룹으나 개인적으로 산행하는 정도인데 오늘은 이렇게 정규산행으로 흙길을 밟으니 새로운 감회로 다가온다.

 

 

 

 

능동산 정상,비는 거칠줄을 모르고 점점 더 굵은 빗줄기로 변하고 있다.간단히 빗속에서  빗방울과 능동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장을 남기고 쇠점골약수터로 향하니 이구간은 아직 나무계단이 설치되지 않아 등산로는 마치 작은 도랑으로 변해가고 진흙길은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한다.더디어 쇠점골약수터 약수터는 잘 정비되어 있고 약수터를 알리는 팻말에는 쇠점골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사랑하나 풀어 던진 약수물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가닥 그리움으로 쏟아나고....우리는 한 모금의 약수물에서 구원함이 산임을 인식합시다.우리는 한 모금의 약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라는 글귀가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이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산을 찾는지도 모르겟다.목말라본자만이 목마름의 아픔을 알 수 있듯이 산에서의 샘물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다를바가 없다는 것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감하리라 생각해본다.이제부터는 임도길 앞뒤의 거리가 조금 멀어지고 있다.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며 길을 걷다보니 새로운 이정표가 보인다.케이블카 승강장가는길 이란다.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케이블카 공사가 이젠 마무리 공정만 남겨둔체 오는9월22일 개통식을 기다리고 있단다.그런데 진입로 입구엔 어렵게 공사를 했으면 조금만 더 신경을 서서 조경공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게한다.대충 성토한 자리에 조경수를 심어서 인지 오늘 비에 흙은 씻겨 내려가고 나무는 뿌리를 하늘로 내놓고 있는 모습이 영 꼴불견으로 다가온다.이 모두가 국민의 세금일텐데...

 

 

 

 

케이블카 승강장 주변엔 하늘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참 아름다운 이름이다.혹 먼훗날 케이블카를 타고 이곳에 오르는날을 기대해보며 발길을 돌리니 나무데스크 아래엔 마치 사파리를 연상케한다.거북이 얼룩말 펜다곰 가족 오랑우탄 사자가족이랑 앰무새등 맑은 날 이들을 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간절하기만하다.전망대로 가는 데스크길 위로 운무가 자욱하다 뒤에서 바라보니 마치 구름위로 걷는 모습이다.전망대에 도착하니 앞은 캄캄한 밤하늘이다.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마음속으로 저긴 석남터널로 가는 꼬불꼬불한 옛길이 있고 그 뒤론 까마득히 가지산과 오늘 가기로 했던 백운산의 힌바위가 마치 구름처럼 펼쳐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아쉬움을 뒤로하고 숲길을 헤쳐 샘물상회에 도착하니 상상외로 많은 산님들이 오늘같이 이렇게 일기가 나쁜데도 많이 산을 찾은것 같다.비를 피해 점심을 먹으려 간이식당안으로 들어 갈려니 발디딜틈이 없다.하는 수 없이 잠시 기다렸다가 다른 일행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우리 일행은 점심 준비를 할 수 있었다.그런데 주인 아주머니의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있다 조금전 나간 일행들이 비를 피해 움막으로 들어와선 자기내들이 가져온 음식만 먹고선 가게엔 아무것도 팔려주지 않고 자기네들이 가져온 쓰레기마져 구석에 남겨둔체 휑하니 몸만 빠져 나가 버린것이다.장사집으로선 대단히 기분 나쁜일이고 그리고 산행을 하는 메너는 어쩌면 빵점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물건을  팔아주는건 둘째일이고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는게 기본적인 상식이 아닐까 싶다.

샘물상회의 특미 약초 막걸리 한사발을 목구멍으로 넘기니 지금까지의 피로는 간곳이 없이 사라지는것만 같다.비를 피해 들른 이곳 샘물상회는 몇년전  봄산행때 재약산 곰취나물의 진한 향이 아직도 잊을 수가 없구나.이제 배도 부르고 슬슬 하산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식당뒤엔 가을을 재촉하는 꽃들이 천상화원을 이루고 있다.똑 같은 꽃이라도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한다.

 

 

 

얼음골 갈림길 잠시 뒤에 오는 님들을 기다리며 안내간판을 보고있자니 처마밑엔 엄청난 크기의 말벌집이 있는게 아닌가 비오는날은 벌이 잘 날지 몾한다고 건드릴려는 걸 간신히 말리고 얼른 이곳을 뜨기로 한다.지금부터 얼음골까지 약2km의 구간이 지금까지 왔던길보다 더 힘든구간이다 오늘같이 이렇게 비가 내린날이면 이길은 전구간이 거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한눈을 팔면 미끄러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곳이기도 하다.천천히 하산하다 명의 허준의 동의굴 근처에 이르를 즈음 오늘 힘든산행의 보너스인지 앞산 백운산의 구름이 하늘로 승천하며 아름다운 백운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정말 허준선생이 이곳 밀양의 깊은 골짝까지 와서 과연 이곳 동의굴에서 기거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뒤로하고 동의굴을 떠나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얼음골 結氷地로 향하니 비는 잠시 젖어들고 있는 느낌이다.이곳 얼음골 결빙지는 무더운 三伏을 전후로 결빙지에 얼음이 얼어 있으며 말복을 지나며 서서히 녹아 없어 지는 특이한 곳으로 이곳 계곡자체가 여름이면 寒氣를 느낄 정도로 차가운 곳이기도 하다.이제 오늘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가마골폭포로 향하니 벌서부터 저멀리서 폭포수의 우렁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다.계속 내린 비로 폭포수의 수량이 널어나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로다.오늘 하루 힘들었던 산행이 한순간 저 폭포수와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얼음골주차장 역시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다. 아!그래도 좋다 요렇게 한산한 것도 얼마만인가  시원한 얼음골 계곡물에 오늘 하루의 피로를 모두 씻어 흐르는 계곡물에 떠 내려보낸다.

비를 피해 가게집의 허락을 받고 불을 피우고 오늘 하산주 음식인 수제비를 준비하니 서로 수제비를 뜨려한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은 집에 있어도 생각나는 별미인 수제비를 산행후에 그것도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기분 감히 상상이 되나요?감사님 사모님께서 토요일부터 준비하신 밀가루 반죽 및 들깨가루로 수제비를 끊이고 그리고 가오리찜에다가 고문님 좋아하시는 시원한 소맥한잔이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것 같다.이렇게 비 내리는 일요일 오늘도 아마 아침에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집에서 TV와 씨름하며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이렇게 비내리는날 함께 하신 새롬님들 그대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이렇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속에 품게 해주신 모든 님들 오늘하루 정말 수고 많았읍니다.

출처 : 새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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