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8월 2일~3일
어제 약 160킬로의 거리를 달려 歷史의 아픈 상흔(傷痕)이 남아 있는 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창문 사이로 여명의 순간을 맞이하며 지친 몸을 일으킨다.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한다기에 눈을 비비며 아침부터 왕갈비탕 한 그릇을 비우고 6.25 동란 때 끊어졌던 호국의 다리 앞에서 다시 한번 決意를 다지며 서서히 왜관을 벗어난다.
이른 아침이지만 강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江邊에 마련된 운동기구를 이용해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길옆에는 노란 달맞이꽃이 이슬을 머금어 아침 햇살에 수정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잇다.
오늘은 크고 작은 고개를 서너 곳 넘어야 하기에 출발부터 조금 속력을 내기로 한다.
강정 보령 보로 향하는 자전거 길은 난이도가 낮은 곳이라 시속 약 25킬로로 질주를 한다.
하지만 아침임에도 온도가 약 29도를 넘어 벌서 등줄기에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매미 울음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아침 먹이를 찾아 비둘기 참새가 유유히 창공으로 날아간다.
약 1시간을 조금 지나 강정 보령 보에 도착하여 잠시 여유로움을 느끼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확인한 후에 다시 출발하여 좁은 支流 하천을 건너기를 반복하여 또다시 낙동강 본류에 이르르 달리다 보니 지난번 친구들과 합류한 牛巖亭이 보인다.
이곳에서 달성보로 향하는 길을 강둑이 아닌 강변의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길 주변에 무성한 수풀을 지금 한참 제초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마음 한편으론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여 묵례(默禮)를 한 후 천천히 갈길을 재촉해 본다.
저분들 덕분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어 정말 고마울 뿐이다.
굽어진 강둑을 돌아서니 저만치 달성보가 보인다 달성보에 이르르 편의점에 들어가서 아! 시원타 얘기하니 하루 종일 에어컨 밑에 있어 에어컨 바람이 싫다고 투덜대는 편의점 사장님의 푸념 썩인 말에 웃으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고 자리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들이킨다.
편의점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 간절 하지만 오늘 목표한 곳까지 갈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엄청난 열기가 밀려온다.
편의점 앞에는 조선시대 李瑀의 "梅鶴亭"의 詩碑가 세워져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梅鶴亭---
호리병 기울여 모래사장을 쏟아 놓고
모래톱 에워싸고 맑은 여울이 소리 내어 흐르네
외로운 학 한 마리 소나무 끝에 앉아 울고
꿈속 강을 돌아 달 위로 올라간다
돌 위에 걸터앉아 거문고를 타고
소나무 바람과 잇닿아 멀리 울리노나
갑자기 학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맑은 강 동쪽에 달이 솟아오른다
오늘은 달성보를 건너 지난번 갔던 길로 가지 않고 곧바로 현풍으로 향하여 악명 높은"다람재"를 넘기로 한다.
강둑을 따라 달리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거침없이 내리쬐고 있다.
다람재 입구에 이르니 벌서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도동서원 표지판을 보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오르니 일행도 무더위에 지쳐 끌바를 청한다.
휴~`맨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곳을 자전거를 끌고 오르니 숨은 턱밑까지 차 오르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앞선 일행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땅만 쳐다보며 고개를 들어 보니 저만치 팔각정자가 서 있는 다람재 정상이다.
벌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 한잔을 들이키고 강변을 내려 보니 힘들게 올라온 보답인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경치는 천하제일이다.
발아래로는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아늑한 산아래 소나무 숲 속에는 도동서원이 자리 잡고 있다.
휴식 후 마치 동력이 달린 자전거 마냥 페달을 한번 밟지 않고 쏜살같이 내리막을 달려 도동서원에 도착한다.
도동서원은 조선조의 大儒學者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을 배향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으며 서원 앞에는 수령이 약 50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꿋꿋이 歷史의 흐름을 말하고 있다. 또한 도동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제되어 길이길이 보존해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현풍을 돌아 지금 한참 개발 중인 구지공단을 지나고 無心寺 방향이 아닌 이방면 쪽으로 우회하기로 한다.
지난번에 무심사를 지나 창녕합천보에서 적포교까지 식당이 없어 혼이 났었기에 이번에는 미리 이방면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시골의 작은 식당에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손님이 가득하다.
일행도 주인장이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국밥과 맥주 한잔을 시켜 먹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시킨 갈비가 맛있게 보여 추가로 주문하여 어느 때 보다도 맛난 점심을 먹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문밖으로 나오니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몸을 녹일 것만 같다.
이방에서 작은 농로와 찻길을 따라 산 모퉁이를 돌아 창녕 합천보에 이르르 한낮의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잠시 오수(午睡)를 즐기기로 하고 만남의 광장 안으로 들어서니 많은 라이너들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몸을 눕혀 휴식을 취하고 잇다
일행도 각자 자리를 잡고 약 30분 정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오니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인지라 정말 날계란이 익을 정도로 무더운 폭염이 밀려온다.
그래도 지난번 배고픔 참으며 갔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황강을 가로지르는 창덕교를 지나 합천과 창녕을 연결하는 적포교에 이르르 지난번 늦은 점심을 했던 식당에 들러 커피라도 한잔 하려 했건만 마침 휴가 중이라는 펫말이 문에 걸려 있다.
슈퍼에서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이온음료에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오늘 가장 힘들 것 같은 박진고개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제방길은 지겹기도 하고 머릿속을 하얗게 하여 아무 생각이 없게 한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까마득한 산길이 보이는데 악명 높은 박진고개 가 보이고 강과 점점 멀어지다 보니 드디어 박진고개 입구다.
입구부터 천천히 오르기로 마음먹고 페달을 밟아 본다.
한굽이 돌고 또 한굽이 돌고 나니 가슴은 터질 것만 같고 길옆의 시멘트 벽에는 수많은 낙서가 새겨져 있다.
누구누구 여기서 포기한다.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 누구야 사랑한다 그리고 하트 모양 등 다양한 글귀를 읽다 보니 조금은 힘든 것을 잊게 한다.
하지만 무더위 탓인지 다리엔 점점 힘이 없어지고 한굽이를 돌아 이젠 그의 끝이겠지 하는 순간 또다시 눈앞에 펼쳐진 오르막을 바라보니 이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만다.
안 되겠다 끌바로 가자 마음을 굳히고 자전거에서 내려 무거운 발길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지난번에는 무리 없이 오른 길이었건만 오늘은 많은 수분 손실로 무리임을 깨달았다.
폭염경보가 내린 의령의 낮 기온이 약 36도라니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다.
박진고개 정상 즉 구름재에서 나의 벗들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힘들게 올랐던 반대 길을 총알같이 달려 박진교를 넘어 다시 창녕군으로 접어든다.
이제 이곳에서 남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이다.
강변을 달리다 영아지마을 입구에 이르니 강변으로 데크길이 보이는데 이것은 남지 일원의 낮은 산을 트레킹 하는 개비리길이다."개비리"강가의 절벽 위에 난 길이란 뜻이라고 하는 설과 개가 다녀서 생긴 길이란 설을 가지고 있다.
마을을 지나 영아지고개로 향하는 산길을 자전거를 끌었다 타기를 반복하며 고개를 넘어 오늘의 목 적지 남지에 도착한다.
남지의 하이츠 호텔은 지난번 하룻밤 쉬었던 곳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었기에 바로 입실하여 시원한 냉수에 하루 종일 불덩이에 달구어진 몸을 식힌다.
때마침 이곳까지 마산에서 나의 벗이 고생한다고 직접 마산어시장에서 귀한 병어회를 준비하여 와 주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오손도손 애기 꽃을 피우며 맛난 병어회 한 점에 소주 한잔으로 세상 돌아가는 애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눈다.
늦게 잠자리에 들어 이른 아침 창문을 파고든 눈부신 태양에 눈을 뜨고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이곳 남지에서 부산까지는 평소에 친구들과 자주 왔던 길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4대 강의 마지막 洑인 창녕함안보 전망대에서 낙동강을 내려 다 보니 4대 강 사업 이전 이곳은 강이라기보다 작은 실개천처럼 물이 흘러내렸건만 지금은 푸른 강물이 洑를 넘쳐 요란한 물소리를 내는 모습이 마치 마른논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흐뭇하기만 하다.
보를 건너 다시 창원으로 향하는 본포교를 지나 내 고향 마을이 보이는 수산을 경유하여 김해에서 삼랑진교를 건너 삼랑진, 양산을 거쳐 드디어 부산에 입성한다.
하구언까지가 종주의 종착지이지만 집이 화명인지라 이곳에서 고생한 친구들과 호포의 유명한 메기매운탕으로 몸을 보하는 점심을 먹고서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폭염의 가장 한가운데서 나의 벗들과 떠난 여름날의 아름다운 추억 여행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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