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쉬어가는 여유 2023. 2. 6. 15:17

♧일시:2023년 2월 5일
立春을 지나니 날씨가 한결 따뜻해지고 어느새 봄이 소리 없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해의 안녕과 무사함을 기원하기 위해 예부터 정월대보름에는 달집을 만들어 액운을 태워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나 어릴 적엔 보름이면 오곡밥과 갖가지 나물을 만들어 이른 아침이면 이웃집을 다니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였으며 점심을 먹은 뒤 뒷동산에 올라 굵은 나무와 잔 솔가지 그리고 짚단으로 달집을 만들어 동쪽 하늘에 희미하게 일 년 중 가장 크다는 보름달이 산 위에 솟아오르면 달집에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기도 하고 그 불씨로 깡통에 구멍을 뚫어 불씨를 담아 빙빙 돌리며 불꽃놀이도 하며 놀기도 했었건만 이젠 그 아름다운 풍습은 점점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러한 풍습도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이젠 지방 자치단체에서 규모가 거대하게 축제처럼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하여 몇 년간 하지 못하였는데 오랜만에 달집 태우기 행사를 내 고향 마을에서 모처럼 동네 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거대한 달집을 마을 앞 논 한가운데에 만들어 동민의 무사안녕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동쪽 하늘에 둥근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 주민 모두의 함성과 함께 달집에 불을 지피니 붉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며 활활 타올라 더 넓은 창공으로 모든 액운을 태워 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리고 달집의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놀란 모든 잡귀는 혼비백산하여 달아 나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며 두 손 모아 가족의 안녕과 무사함을 간절히 빌기도 한다.
몇 년 만에 옛 풍습을 되새기게 해 준 마을 주민과 모든 사람들이 올 한 해도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