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22년 12월 24일~25일
♧어디로:백련사~다산초당~천사대교~퍼플섬~반월도~박지도~목포해양박물관~당진 가우도
임인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도 이제 서서히 한 해를 정리하며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지는 해를 시샘하듯 매서운 寒波는 전국을 꽁꽁 얼게 하고 하늘엔 솜털같이 부드러운 눈을 연일 뿌려 온 세상을 하얀 雪國의 세상으로 바꾸고 있다.
연말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남도로 즐거운 여행길을 떠난다,
차창밖 세상은 凍土로 변해 있고 산천을 뒤덮은 흰 눈은 한 폭의 동양화로 12폭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여유로운 여행길에 몇 년간 보지 못한 설경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벌서 설경의 한가운데로 빠져든다.
오늘의 첫 여행지 전남 강진의 백련사에 도착하여 조용한 경내로 들어서니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길이 펼쳐져 있고 푸르른 동백숲을 솜이불 같은 하얀 눈이 포근히 동백잎을 감사고 있는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풍경과 천년고찰 백련사와 어우러진 풍광에 숙연함을 느끼며 백련사 경내를 둘러보고 茶香 가득한 녹차밭을 지나 茶山 鄭若鏞이 머물렀던 茶山草堂으로 그 옛날 정약용 선생이 수없이 거닐었던 길을 따라 나의 작은 족적을 남겨 본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 누군가 작은 足跡을 남겨 두어 나도 그 족적을 따라 걸으며 잠시 사색의 길을 걷는다.
조그마한 다산초당에 이르니 간밤의 눈보라로 눈은 대청마루에 까지 소복이 쌓여 있고 초당 안의 작은 방에는 지금도 정약용 선생께서 유배의 한을 달래며 집필에 열중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산새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초당에서 다산과 초의선사가 마주 앉아 차향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상상을 하며 발길을 돌린다.
오늘 두 번째 여행지인 신안군 양해읍과 임태면을 연결한 천사대교로 향한다.
천사대교는 신안군의 1,004개의 섬을 상징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하며 공사 기간이 무려 9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천사대교를 건너 한때는 작은 외딴섬이었던 이곳에도 개발이 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에 조금은 씁쓸함 마저 들지만 낙후 되고 육지와 동떨어 졌던 이곳에 사람이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진다.
온 마을의 지붕과 시설물이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purple 섬에 도착하여 입장료 대신 몸의 한 부분에 퍼플색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여 보라색 수건을 두르고 매표소에 이르니 강풍과 지난밤 내린 눈 때문인지 매표소엔 인기척은 없고 부교 앞에 흰색 테이프로 막아 출입을 통제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부교 한가운데 몇몇의 관광객이 부교를 건너고 있어 우리 일행도 그들을 따라 부교를 건너 반월도로 향하니 매서운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두드린다.
부교를 지나 반월도에 도착하니 보라색 지붕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해안가 가로수는 보라색 비닐로 마치 머리에 수건을 두른 듯 쉬워져 있어 이곳이 정말 퍼플섬이란 걸 실감케 한다.
반월교에서 다시 퍼플교를 건너 박지도를 지나 출발지점에 도착한다.
오늘 숙박지인 목포로 향하니 冬至를 지나 하루 해가 한 뼘씩 길어진다고 하지만 해는 어느새 서산으로 기울고 어둠의 그림자가 밀려오고 있다.
목포의 식당에서 해산물과 싱싱한 바다회를 두고 짜릿한 소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 본다.
다음날 아침 목포 해양박물관에서 천년세월 바닷속에 잠겼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안 유물선의 흔적을 관람하고 다시 발길을 강진의 가우도(駕牛島)로 향한다.
햇살은 어제보다 훨씬 따뜻해져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날씨는 어제 보다 한결 포근해졌고 바람 또한 잦아들었다.
가우도는 몇 년 전 한번 와 보았지만 새롭게 출렁다리와 모노레일이 생겼다 하여 다시 한번 둘러보기로 한다.
다리 입구에 막걸리병으로 커다란 물고기를 장식한 조형물을 지나 청자다리를 건너니 "가고 싶은 섬'가우도라고 적힌 글씨가 반겨 준다.
새로 생긴 출렁다리를 건너 사람의 인기척조차 없는 조용한 마을과 해안산책로를 돌며 잠시나마 지나온 한 해를 되짚어 본다.
매서운 한파와 폭설이 내린 12월의 끝자락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도 여행길에서 여행이 주는 행복감과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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