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23년 7월 30일
장마가 끝나자마자 찜통더위가 전국을 뒤덮어 가마솥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땅에서 올라오는 地熱은 온몸을 불덩이로 만들 것만 같다.
영남알프스 완등을 위해 오늘은 언양의 고헌산을 오르기로 하고 무더운 날씨임에도 집을 나선다.
고헌산은 영남알프스 일천미터 고봉 중 낙동정맥에서 빗겨 난 외로운 봉우리로 사람들의 발길이 다른 산에 비해 조금은 뜸한 편이다.
고헌산 정상은 서봉과 동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해발고도는 서봉이 일 미터가 높다.
하지만 동봉이 주봉으로 동봉은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옛날 언양에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祈雨祭를 올렸다는 신성한 장소이기도 하다.
외항재를 출발하여 숲길을 걸으니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 울음소리와 지친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고 바람도 더위에 지쳤는지 움직임조차 없다.
계속된 오르막 길을 걷다 보니 나무계단을 외로이 젊은 남자 한 명이 오르고 있다.
계단 위 넓은 소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젊은이를 뒤로 하고 한참을 오르니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잠시 뒤돌아 보니 문복산과 거대한 영남알프스의 산군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일천미터 가까이 갔음에도 땅의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후덥지근하기만 하다.
능선에 올라서니 두 사람의 산객이 하산하고 있다.
이들도 영알 완등을 위해 무더운 날씨임에도 산을 올랐다고 한다.
능선 돌탑길을 지나 서봉에 오르니 언양읍과 울산 그리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영알의 山群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서봉을 지나 웅장한 정상석이 있는 동봉으로 향하니 간간히 산 능선을 스쳐 지나는 바람이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 준다.
드디어 정상석이 보인다.
정상에는 인기척조차 없이 고요한데 한쌍의 산양이 유유히 정상석 주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 정상석에서 포즈를 취해줘서 얼른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나도 그 옆에서 살짝 산양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장의 사진을 남긴다.
그런데 정상에 사람이 없어 영알 인증 사진을 홀로 찍을 수 없어 혹시 조금 전 올라올 때 만났던 젊은이가 올라오기를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희미하게 서봉에 사람이 보이기에 잠시 그늘진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오르며 만났던 청년이 아니라 아랫마을에 산다는 젊은이가 홀로 올라왔다고 한다.
반가움에 인증 사진을 부탁하여 남기고 서둘러 하산을 한다.
그런데 하산길에도 오를 때 만난 청년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오르다 더운 날씨에 조망도 없는 산을 오르다 지쳐 하산한 것만 같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 속에 오른 고헌산, 비록 조망은 좋지 않았지만 영알의 일천미터 고봉으로 외로이 언양의 진산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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