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20년 2월 2일
내일모레면 봄의 문턱에 접어든다는 立春이다.
예년에 비해 포근한 날씨 탓에 양지쪽 매화는 벌서 꽃망울을 부풀려 금방이라도 하얀 속살을 내밀 것만 같고 성급한 몇 송이는 벌서 찐한 향기를 품어 내고 있다.
이른 아침 낙동강변의 날씨는 옅은 안개가 자욱하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상쾌한 아침 공기 대신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뚫고 강가를 달려 본다.
오늘의 목적지는 지척에 있어도 쉽게 가 보지 못한 겨울 철새 왕국인 주남저수지로 정하고 평소에 다니던 길을 달려간다.
여느 때처럼 출발 때는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온몸엔 땀으로 젖어들고 있다.
삼랑진 철교를 건너 김해의 마사터널을 지나니 눈앞에 하우스로 뒤덮인 한림의 들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림배수장을 지나며 강둑길이 아닌 고수부지로 이어진 자전거를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이 길은 4대 강 사업 이전에는 각종 채소와 농작물을 심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깨끗이 정리되어 각종 야생화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었다.
한참을 달려 둑길을 넘어 유등마을 입구에서 대산면사무소 방향으로 달리니 한적한 농촌마을 벽에는 예쁘게 벽화가 그려져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수박 재배로 유명한 대산면의 농로를 달리니 지금 하우스 안에서는 수박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농로와 지방도를 지나 작은 둑길에 오르니 몇백 년을 지켜온 그 이름도 아름다운 "새다리"의 돌다리가 하천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오랜 세월 비바람과 홍수 속에서도 허물어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오고 가는 사람들의 디딤돌이 되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 돌다리의 고마움과 先祖의 지혜를 새삼 되새겨 본다.
돌다리를 지나 둑길을 내달리다 보니 어느덧 거대한 주남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하구, 창녕 우포늪과 함께 겨울이면 철새들의 낙원으로 수많은 철새가 모여들어 마치 새들의 지상낙원으로 변한다.
오늘은 미세먼지로 저수지 전체가 흐릿하게 보이고 간간히 유영(游泳)하는 한 무리의 철새가 보이긴 하지만 뚜렷한 모습을 보긴 어렵다
저수지 주변 논은 철새 보호를 위해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마침 논 한가운데서는 한무리의 두루미가 목청 높이 울음을 터뜨리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한참을 넋을 잃고 쳐다본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제 주남저수지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갈 때의 앞바람이 지금은 뒷바람이 되어 불어 준다.
오늘 하루 철새 왕국 주남저수지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영원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있는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 참된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보며 주남저수지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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