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신어산이 품은 비경의 암릉

쉬어가는 여유 2022. 6. 20. 14:21

♧언제:2022년 6월 19일

유월의 新綠은 더욱 짙어만 가고 탁란(托卵)을 위해 남의 둥지를 찾아 헤매는 뻐꾸기 울음소리는 더욱 처량하게만 들려온다.

초여름 뜨거운 태양을 등에 업고 자전거로 김해의 신어산으로 향한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건너 서낙동강을 따라 김해 대동의 하우스 단지를 가로질러 부산과 김해의 경계 지역인 선암다리를 지나 신어산 자락에 위치한 하키경기장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은하사로 향하는 우거진 소나무 숲길을 지나니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상흔(傷痕)이 남아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그때의 아픔을 말하듯 깊은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잔잔히 불어오는 솔바람이 잠시 무더위를 잊게 하고 산새들이 동행을 청(請)하는지 옆에서 지저귀고 있다.

오늘은 은하사는 들리지 않고 곧바로 영구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소나무 숲길에는 詩碑가 세워져 있어 잠시 쉬어가며 흐릿한 시 한수를 읊어 본다.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의 향기가 너무 좋다.

산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이 감정은 아마 느껴본 者만이 알 것이다.

영구암으로 오르는 돌계단과 데크길을 오르다 영구암이 보일 때쯤 좌측의 깎아지른 암벽이 보이는데 오늘은 이곳 암릉을 오르기로 한다.

초입은 흐릿하게 낙엽이 쌓여 있는 오솔길을 지나면 곧바로 하늘로 치솟은 암릉을 만나게 된다.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직벽에는 고맙게도 누군가가 굵은 동아줄을 드리워 놓아 두 팔에 힘을 주고 힘껏 당겨 암벽을 오르니 어느새 넓은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을 식혀 준다.

天上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아래 펼쳐진 김해시와 너른 김해평야 그리고 천년고찰 동림사와 은하사를 바라보며 마치 神仙이 된 듯 망중한을 즐겨 본다.

잠시의 휴식을 뒤로하고 또다시 마치 얼기설기 블록을 쌓아 놓은 듯한 암릉을 두 손 두 발로 오르다 보니 신어산 능선을 이어주는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능선을 따라 걷다 영구암 갈림길에서 조촐한 점심을 먹고 신어산 정상으로 발길을 옮긴다.

뜨거운 유월의 햇살이 내리쬐는 정상에는 개와 동행한 산객이 홀로 머물고 있다.

정상석에서 한 장의 사진을 부탁하고 이내 발길을 돌려  6가야를 상징하는 육각 지붕의 "伽倻亭"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객 틈에 끼어 잠시 쉬어본다.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영구암(靈龜庵)에서 조금 전 올랐던 암릉을 바라보니 정말 신비스럽고 아찔하기만 하다.

신어산은 김해의 진산으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깎아지른 암릉을 오르는 묘미와 능선을 따라 거닐다 보면 부산의 금정산, 양산 오봉산, 창원의 대암산과 그리고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그 물결이 만나는 바다와 맞닿은 다대포까지 조망되어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을 바라볼 수 있어 다른 산과는 달리  또 다른 산행의 妙味를 느끼게 하는 산이다.

무더운 6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등에 업고 근교의 신어산 자락을 거닐며 삶의 활력을 충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