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을 지났지만 한낮의 더위는 한여름처럼 30도를 넘어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백두대간을 타고 뻗은 준령이 지리산 천왕봉에서 웅석 지맥이 다시 동으로 이어져 밤머리재를 지나 산청의 웅석봉에서 끝을 맺는데 오늘 산행의 출발지는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으로 향하는 반대편 길로 이 登山路는 웅석 지맥의 종주구간이지만 지금은 등산로가 폐쇄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금 밤머리재로 오르는 국도 59호는 꼬불꼬불한 산길로 길이 험하여 한참 터널 공사 중으로 얼마 뒤에는 이곳 밤머리재로 오르지 않고 쉽게 터널을 지나 지리산 유평계곡의 내원사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폐쇄된 등산로를 따라 정상석 하나 없이 초라하게 누군가 나무에 걸어 놓은 이름도 아름다운 도토리봉과 왕등재를 지나 몇 개의 무명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우거진 숲길과 어른 키보다 크게 자란 산죽 터널을 지나 왕등재 습지에서 지리산 하늘 아래 첫 동네 유평마을과 대원사를 지나 주차장까지 약 16킬로미터의 거리를 비 오듯 쏟아지는 땅을 흘리며 거친 숨소리와 무거워진 다리를 옮기며 거닐었다.
산행 출발과 하산 지점에는 관리공단에서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여 이곳은 곰 출현지역이며 등산로가 아님으로 되돌아가라는 경고음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산청군에서 의뢰한 등산로 개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인적조차 없고 곳곳에 산짐승의 흔적과 사람이 함께 다닌 흔적이 뚜렷한 백두대간의 줄기를 따라 하늘을 뒤덮은 우거진 숲을 거닐다 보니 조망은 없고 습한 날씨 탓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들려오는 산새 소리와 이름 모를 야생화 그리고 우뚝 솟은 봉우리에 오르니 산청의 평온한 시골 풍경과 멀리 거창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 준령들이 한눈에 조망되어 가슴이 후련해진다.
겹겹이 쌓여 있는 지리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거대한 대자연 매료되어 본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비탈길을 내려오니 깊은 산중에 넓은 습지가 있는데 이곳이 왕등재 습지이다.
GPS에 이곳에서 유평마을로 향하는 등산로 있다고 하는데 비등산로인지라 길마저 희미하고 얼마 전 내린 폭우로 그 흔적 또한 사라져 몇 번이나 길을 찾으며 하산하다 보니 저만치 집 한 채가 보인다.
첩첩산중 유평마을의 외딴집에서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 주차장까지 약 5km가 넘는 아스팔트 길을 걸으니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다리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짐을 느낀다.
유평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순간 피로가 밀려 오지만 오늘 하루 걸었던 길을 뒤돌아 보니 우리의 山野는 정말 아름답고 거대하며 항상 가꾸어 후손 만대에 물려줘야 할 귀중한 자연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측은 웅석봉 방향이고 터럭 쪽으로 희미한 등로를 따라 진입
▲왕등재 습지에서 좌측의 물줄기를 따라 하산
▲유평마을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니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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