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2018년7월8일
○산행코스:상가주차장~매바위마을~필봉~상투봉~천황산(사자봉)~천황재~재약산(수미봉)~진불암갈림길~문수봉~관음봉~
표충사~상가주차장
장마가 시작되어 연일 궂은 날씨다.
오늘도 일기예보는 구름이 많다고 하는데 집을 나서 밀양으로 향하는 차창밖은 가끔 파란하늘을 보이기도 하여 혹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속에 목적지로 향한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 표충사 상가주차장에 다다르니 일기예보처럼 하늘엔 구름이 잔뜩 덥여 있고 천황산과 재약산은 얄밉게도 연기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구름의 城속에 갇혀 있다.
산행 준비후 매바위 마을로 향하는 개울은 장맛비로 불어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좁은 마을길을 지나 필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비록 기온은 低溫이지만 높은 습도로 출발부터 된비알 같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린다.
출발하여 얼마되지 않아 중강중간 만난 산악회에서 왔다는 산우님들 중 일부는 계속된 오르막 길에 지쳐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오늘도 내 작은 발걸음의 위대함을 믿으며 너덜길과 흙길을 한발한발 밟으며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며 내 꿈을 쫒아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生涯 처음으로 밟아 보는 오늘의 첫 봉우리 필봉(筆峯)이다.
필봉은 이름처럼 표충사 경내에서 바라보면 마치 붓끝이 하늘로 뾰족히 쏫아 있는 것 같은 봉우리지만 다른 곳에서 바라보면 그냥 평범한 산으로 보이는 넓은 너럭바위다.
필봉에 오르니 깊은 골짜기를 타고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뜨겁게 달아 오른 심장과 이마의 땀방울을 식혀 준다.
발 아래 펼쳐진 고요하고 장엄한 山寺 표충사 境內와 넓은 주차장에 성냥갑 만한 자동차가 잘 정돈된 장난감처럼 줄지어 있는 모습과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아직도 가고자 하는 천황산과 재약산은 신비스러움을 고이 간직한체 구름속에 모습을 꼭꼭 숨기고 그나마 문수봉과 관음봉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구름속에 숨었다 보였다를 반복하며 순간순간 거대한 바위군을 보여 주고 있다.
필봉 건너편 병풍처럼 펼쳐져 깍아지런 절벽은 매바위인데 정말 매(鷹)가 서식하기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필봉을 뒤로 하고 천황산으로 오르는 登路는 숲이 우거져 있어 중간중간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있었지만 얄밉게도 雲霧로 아름다운 비경은 볼 수가 없고 간간히 떨어지는 금강동천으로 흘러 내리는 금강폭포의 요란한 물소리만이 계곡을 타고 울려 퍼진다.
우거진 숲길을 손으로 이리저리 헤치며 앞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감각적으로 밟으며 나아가니 스쳐 지나는 운무로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몸에 닿아 淸凉感을 준다.
가파른 오르막과 너덜지대 우거진 숲길 그리고 세차게 스쳐 지나는 운무를 뚫고 도착한 天皇山 정상,
아!그러나 너무나 아쉽다.천황봉은 완전 구름속에 묻히고 말았다.불과 몇미터 앞의 사물도 구별하기 힘들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며 습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을 이 골짜기에서 저 골짜기로 손살같이 옮기고 있다.천황산에서 볼 수 있는 영남알프스의 산군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말았다.천황산에서 재약산으로 이어진 등산로에도 구름의 바다를 건너덧이 운무가 학이 날개짖 하듯 손살같이 지나 간다.
정상은 지난번 올랐을 때와 달리 등산로 곳곳이 침목과 돌계단으로 새롭게 정비 되어 있다.하지만 지난번 내린 비로 인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잔듸는 빗물에 떠 내려가고 곳곳이 움푹 패인 도랑이 되고 말았다.
천황재로 향하는 등로 옆에는 처음 보는 크다란 돌탑이 예쁘게 세워져 지나는 산객의 수호신이 되어 주고 있다.
천황재의 넓은 휴식공간도 역시 구름속에 묻혀 아무것도 볼 수 없고 희미한 팻말만이 진불암,주암계곡,재약산,천황산을 가리키고 있다.
재약산 정상에 도착하여 발아래 광활한 억새의 물결이 넘실대는 사자평원과 영남알프스의 山群을 바라 보고 싶었지만 이곳도 역시 뒤덮힌 구름으로 비경을 꼭꼭 감추고 있다.
옛 고사리분교가 있었던 곳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하산하다가 계단옆 우측의 진불암 방향이 표시된 등산로로 들어서니 山竹이 빽빽히 자라고 이길의 끝에 작은 움막이 보인다.
움막은 진불암에 필요한 물자를 이곳까지 차량으로 운반하여 여기서 부터 진불암까지는 우리 전통의 도구인 지게로 옮겨야 한다.
이곳 진불암 갈림길에서 옛 고사리분교와 진불암 가는 길의 가운데로 직진하면 문수봉과 관음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 등산로는 두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절벽같은 바위를 우회 하거나 가늘고 긴 로프에 의존하여 가야 하기에 많은 산우들이 꺼리는 등산로이다.
하지만 문수봉과 관음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남알프스의 또 다른 묘미를 맛 볼 수 있는 등산로 이기도 하다
문수봉에 이르니 발아래 내원계곡으로 구름이 마치 스노우 보드가 미끄러지듯이 손살같이 흘러 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내 몸 또한 구름 위에 있으니 지금 나는 어쩌면 구름을 타고 다니는 산신령님과 동급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도 발아래 손살같이 지나는 구름위에 슬쩍 발을 올어 산신령처럼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멀리 달려 보고 싶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관음봉에서 표총사를 내려 다 본후 좌우로 번갈아 메어 놓은 힌색과 파란색 로프를 잡고 깍아 지른 절벽 사이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조심조심 하산한다.
절벽 아래에서 바라본 관음봉은 위에서 내려 볼때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암릉이다.
저 멀리서 장맛비로 玉流洞天으로 흐르는 층층폭포와 흑룡폭포에서 쏟아지는 우뢰(雨雷}와 같은 물소리가 이곳까지 요란스럽게 들려 온다.
경사진 등로를 따라 내려 오니 표충사 뒤의 대밭이 나타나고 대밭 옆길을 따라 내려서니 내원암으로 향하는 도로와 부도탑이 나타난다.
잠시 표충사 경내에 들러 靈井藥水에서 시원한 甘露水 한잔으로 오늘 산행의 피로를 풀고 고개 들어 오늘 처음 올랐던 봉우리 필봉을 바라 보니 정말 붓처럼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구름속에 꼭꼭 숨어 쉽사리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천황산과 재약샨 그리고 영남알프스의 거대한 山群은 볼 수 없었지만 날씨 좋은 날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산행 출발지점인 매바위마을
마을을 지나 좁은 담벼락 사이로 등산로가 있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너덜지대를 지나 필봉으로 향한다
올려다 본 필봉
필봉에서 바라본 매바위마을과 상가 주차장 방향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은 구름속에 숨었다
표충사주차장과 표충사 경내 모습
뒤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매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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