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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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여유 2020. 8. 4. 11:48

여느 해 보다 긴 장마에 남쪽부터 북쪽으로 향하며 전국에 물폭탄을 내리고 있다.

일찍 물폭탄을 맞은 남쪽은 습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엔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자동차로 쉽고 편하게 다녔던 길을 수려한 경치를 즐기고 평소 보지 못했던 시골 풍경과 名勝地를 자전거에 몸을 싣고 무더위와 싸우며 내륙 곳곳을 달려 본다.

지난번 내린 비로 강물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평소에 바닥을 더러 내놓았던 곳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고 아직도 곳곳에는 폭우의 흔적과 강가의 잡초는 물에 잠겼다 이제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밀양강을 거슬러 청도로 향하는 支流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길가 가로수의 매미 울음소리는 귀청이 아프게 소음처럼 들려온다.

청도읍성을 지나 창녕으로 향하는 비티고개는 청도군과 창녕군의 경계지역으로 고갯마루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게 간이 포장마차가 있어 시원한 음료 한잔으로 무더위에 지친 몸을 쉬어본다. 굽어진 내리막을 달려 滿水位의 달창저수지를 지나 현풍에 도착하여 피곤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부산까지 약160킬로 대장정을 위해 힘차게 아침 공기를 가르며 페달을 밟아 본다.

여기부터는 낙동강 종주때와 부산에서 첫차를 타고 와서 갔던 길이라 눈앞에 선하여 체력을 안배해 가며 무섭게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달리다 첫 번째 고개인 무심사를 오르니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한 것 같다.

무심사 고개를 지나 신나게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니 눈앞에 창녕 합천보가 나타난다.

휴게실에는 에어컨 바람이 차가울 정도로 시원하게 흘러나오고 금방 흐르던 땀은 사라지고 이내 추워짐을 느낀다.

긴 휴식을 마치고 다시 낙동강을 건너 합천의 강둑을 달리다가 다시 황강을 건너 적포교에 도착한다.

오늘 출발때 계획은 이곳 적포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조금 이른지라 남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끝없이 길게 이어진 제방길을 달리고 달려 오늘 가장 힘들다는 구름도 쉬어 간다는 구름재 즉 박진고개를 오르니 길옆 벽에는 수많은 文句의 글귀가 빼곡히 눈앞에 펼쳐진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지만 이곳 박진고개를 몇 번 오르며 매 번 느낀 소감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건만 복잡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유혹을 뿌리치고 포기하지 않으리라를 되새기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루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진고개에서 터질 것만 같았던 심장을 잠시 진정시킨 후 보너스처럼 주어진 내리막을 달려 또다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박진교를 건너 오늘의 마지막 고개인 영아지 고개를 넘어 남지에 도착한다.

남지의 식당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부터는 눈앞에 선한 길을 달리고 달려 초동의 진산 덕대산과 고향마을 뒷동산을 바라보며 서산에 해가 기울고 어둠이 찾아올 때 나의 보금자리가 있는 부산에 도착한다.

이틀간의 긴여정 약 300킬로를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고 또 한 번 나 자신과의 도전에 성공함에 감사하며 차분히 여행을 마무리한다.